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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학정보

파이펫(피펫)의 정확한 사용 가이드

by 분생 2022. 9. 16.

파이펫팅(피펫팅)의 기본과 종류

분자생물학 연구를 이제 막 수행하기 시작한 분들이라면 오늘의 포스팅을 조금 유심히 살펴보시는 것이 큰 도움이 되실 것입니다. 파이펫(피펫이라고도 부르며 이후 글에서는 파이펫이라고 통일해서 부르겠습니다)은 분자생물학 연구자에게는 앞으로 핸드폰만큼 자주 만지고 사용하게 될 가장 중요한 장비입니다. 

 

공용 공간에서 공용 파이펫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겠으나, 이 외 개인 실험대 공간에서는 필히 자신의 파이펫을 구비하고 사용하시기 바랍니다. 같은 제조사의 파이펫이라도 누가 어떻게 사용하고 관리했는지에 따라 정확도와 손 끝 감각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각자가 자기 파이펫을 이용하고 관리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분자생물학 연구에서 파이펫의 관리와 올바른 파이펫팅 방법의 숙지가 중요한 이유는 연구의 정밀성과 연관이 있습니다. 흔히 연구 결과를 통계내려면 반복 실험을 최소 3회 이상 진행하여 반복적으로 같은 결과가 나와야 유의미 하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이를 잘 구현해 내기 위해서는 그 시작점이 올바른 파이펫의 관리와 파이펫팅 방법의 숙지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처음 파이펫을 스타터팩 등으로 구매하면 보통 세 자루의 파이펫과 팁, 그리고 부가적인 악세사리들이 함께 옵니다. 통상 가장 많이 사용하는 세 자루를 제공하는 것인데, P1000, P200, P20 정도가 보편화 된 세 자루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P20대신 P10인 경우도 있고, P200대신 P100이나 P300과 같은 변형이 있을 수 있으나 공통적인 것은 1000대 하나, 100대 하나, 10대 하나로 총 세 자루로 구성됩니다.

 

P1000이라는 것은 Max 볼륨이 1000ul=1ml을 의미합니다. 세 자루 중에서 가장 큰 볼륨으로 실험할 수 있고 그만큼 큰 부피의 용액을 넣을 때 편리합니다. 그러나 볼륨이 큰 만큼 작은 볼륨으로 갈 수록 정밀성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습니다. 파이펫의 가장 윗 부분이나 옆면에 유효한 범위에 대해 안내가 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P1000이라고 써 있고 밑에 100-1000과 같은 식으로 기재가 되어 있을 것입니다. 이경우, 이 파이펫으로 보장되는 정밀성은 100ul부터 1000ul까지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같은 방식으로 P200은 200ul가 max 볼륨이 되고, 보통 50-200 구간이 보장되거나 20-200구간 정도가 보장됩니다. P20도 마찬가지로 max 볼륨이 20ul이며 통상 2-20ul 구간에서 사용이 가능하다고 표기되어 있습니다. 이 세 자루를 잘 활용한다면 2ul의 작은 볼륨부터 1ml(1000ul)의 큰 볼륨까지 웬만한 실험은 다 진행이 가능합니다. 여기에 한 자루를 더 구비할 수 있다면 P2 같은 작은 볼륨을 위한 파이펫을 구비하고 있으면 완벽합니다. P2는 0.2-2ul구간에서 사용이 가능하므로 PCR이나 클로닝 과정 등 아주 작은 볼륨으로 실험해야 하는 정밀 연구들까지 커버가 가능합니다.

 

정확한 파이펫팅을 위한 기법들

파이펫팅의 정확도를 높이고 실험의 반복성과 재현성을 확보하려면 파이펫팅 방법에도 신경을 써야 합니다. 파이펫이 매우 정밀하고 정확한 기구라고 하지만 사용자의 기술에 따라 그 정확도가 천차만별로 달라지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합니다. 가장 많은 오차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들에 대해 이야기 해보고자 합니다.

 

(1) 올바른 팁의 사용

팁이라는 것은 파이펫 앞에 끼워 사용하는 일회용 플라스틱을 말합니다. 가장 좋은 것은 파이펫 브랜드에서 나오는 팁을 사용하는 것이 제일 오차가 없습니다. 그 외 호환이 되는 팁을 사용하는 경우 어느 회사의 팁은 내가 사용하는 파이펫 브랜드와 호환이 된다고는 하지만 잘 안 맞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 정확도가 매우 떨어질 우려가 있습니다. 또한 호환이 잘 되고 잘 맞는 팁이라고 하더라도 팁을 정확하게 파이펫에 체결하지 않으면 압력이 정확하게 걸리지 않기 때문에 꼭 올바른 팁 체결이 기본이 되어야 합니다.

(2) 팁을 용액에 넣는 깊이

알려진바에 따르면 용액에 팁을 넣을 때 올바른 깊이로 넣으면 최대 5%까지도 정확도를 개선할 수 있다고 합니다. P2와 같이 작은 볼륨의 파이펫은 용액의 표면으로부터 1-2mm 정도 넣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고, P20부터 P1000 정도의 파이펫은 3-6mm 정도 용액의 표면으로 부터 넣어서 사용하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너무 깊이 팁을 담그면 미세한 팁 내부 압력 차이에 의해 로딩되는 용액의 양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3) 파이펫팅 각도

용액에 넣는 깊이 외에도 각도도 파이펫팅의 정밀도에 영향을 줍니다. 파이펫을 기울이면 기울일 수록 파이펫팅의 정확도가 떨어집니다. 최대한 수직에 가깝게 파이펫팅을 하는 것이 중요하며 부득이한 경우라도 수직으로부터 20도 범위 내에서만 움직이는 것이 좋습니다. 알려진바로는 30도의 각도가 틀어지면 0.7% 더 많은 볼륨의 용액이 로딩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4) 분주 후 확인

파이펫으로 용액을 따는 것은 주의를 기울였는데 분주한 후에 확인하는 습관도 정확도 개선에 많은 도움을 줍니다. 정확하게 따서 옮긴 후에 최종 단계에서 전부 분주가 되지 않으면 잘 따서 옮겨놓고 오차가 발생하는 일이 생깁니다. 그렇기 때문에 분주한 다음 최종 팁 끝에 남아있는 용액이 없는지 잘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남은 양이 적을 수록 공중에서 떨어뜨리는 것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tube 등의 벽면에 분주하거나 이미 분주된 용액 표면에 팁끝을 맞닿게 놓고 마저 분주하면 표면장력에 의해 팁 끝의 남은 용액이 다 빠져나가는데 도움이 됩니다.

 

(5) Pre-rinse 작업의 필요성

새 팁을 이용해서 분주할 때와 한 번 이미 따서 분주한 팁으로 다시 반복해서 재사용 해보았을 때 용액이 로딩되는 양과 분주되는 양이 다르다는 것을 느껴보셨을 것입니다. 팁 끝에 남은 용액이 없는 것을 확인하더라도 한 번 사용한 팁과 그렇지 않은 팁 간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습니다. 만약 사용하는 용액이 점성이 높은 용액이라면 더욱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그래서 만약 팁을 일정한 조건에서 사용해야 할 경우 pre-rinse (미리 팁으로 한 두번 용액을 빨아들였다가 분주한 뒤 사용) 방법을 이용하기도 합니다.

(6) 일정한 파이펫팅의 필요성

급하게 용액을 따거나 분주하게 되면 편차가 커집니다. 따라서 최대한 일정한 리듬으로 너무 빠르지 않게 파이펫팅을 일정한 속도로 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또한 max 볼륨에 가까운 양을 따고자 할 때 너무 빠른 파이펫팅을 하면 팁을 넘어 파이펫 안으로 용액이 빨려들어가 파이펫 고장과 오염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따라서 차분하게 파이펫팅 하는 습관을 들이도록 하는 것이 좋습니다.

 

(7) 손의 온도

우리가 처음 차가운 파이펫을 잡고 실험할 때와 한 가지 파이펫을 계속 손에 파이펫을 쥐고 실험할 때 분명 파이펫 장치 내부의 온도가 달라집니다. 체온이 그리 높지 않은것 같겠지만 상온에서 식어있는 파이펫과 손으로 계속 쥐고 있는 파이펫 간에 미세하게라도 걸리는 압력이 달라지므로 가급적 손으로 오래 한 가지 파이펫을 꼭 쥐고 실험하는 것은 지양하는 것이 좋습니다. 큰 볼륨일 수록 차이는 적겠으나, P2와 같이 적은 볼륨으로 실험할 경우 더욱 세심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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